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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귀환 (Return of the AI)

 

여기저기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TV 광고와 신문 기사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일상대화에서도 AI라는 말을 쉽사리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일견 화려한 듯 보이는 AI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연구분야로서 AI는 전설적인 다트먼스 컨퍼런스에서 1956년 처음 등장했으며, 지난 60여년동안 두 번의 붐(Boom) 시기가 있었다. 대략 56-60년대와 80년대가 그 때에 해당한다. 하지만 엄청난 기대만큼 기술수준은 진보하지 못했고, 붐 시기 뒤에는 소수의 연구자들이 세상의 외면을 견디며 혹독한 시간을 보내던 AI 겨울(AI winter)이 이어졌다.

하노이 탑에서 딥러닝까지

90년대 중반 전공 과목 중 하나였던 AI 과목을 수강했다. 수업 첫 시간에 다룬 문제 중 하나가 하노이 탑이었는데, 이는 하나의 축에 쌓여 있는 크기가 다른 원반을 몇 가지 규칙을 준수하며 다른 축으로 옮기는 일종의 퍼즐 문제이다. 경우의 수를 정리한 탐색트리(Search Tree) 형태의 문제 답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던 기억이 있다. ‘지극히 단순한 이 방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I라는 단어 조합에서 지능(Intelligence)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에 있는거지?’ 이때까지도 AI는 소위 현실문제와는 무관한 장난감 문제(Toy Problem) 정도밖에 풀 수 없으며, 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는 비판으로 점철된 두번째 암흑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2012년, 2010년대 세계 여자 피켜 스케이팅계를 평정했던 김연아 급의 충격적인 사건이 AI 연구 분야에서 일어나게 된다. 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라는 이미지 인식 경진 대회에서 처음 참가한 토론토대학의 슈퍼비젼(Super Vision)팀이 경쟁팀과 무려 10% 이상에 에러율 성능 향상으로 보이며 현격한 차이로 승리한 것이다. 승리의 원인은 바로 새로운 기계학습 방법인 딥러닝(Deep Learning)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가 아무리 그럴싸한 대답을 내 놓더라도 무언가를 인지하거나 지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딥러닝 기술에는 데이터에서 자력으로 사물이나 관념을 학습할 수 있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를 표현학습(Representation Learning)라고 부른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처음 본 기린이라는 동물을 설명할 때, 긴목과 다리, 줄무늬 등의 몇가지 특징을 추출하여 설명하듯, 컴퓨터가 주어진 데이터에서 정보를 축약하여 대표적인 특징을 추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깔때기 몇 개를 이어붙인 모양으로 정보를 축약(Encoding), 복원(Decoding)하는 오토인코더(Autoencoder) 기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직은 겨우 개나 고양이를 구별하는 정도의 걸음마 수준이지만, 표현학습은 새로운 AI 시대를 개척하는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수도 있다.

향후 10년, 기업의 성패를 가를 AI 전략

국내에서는 2016년 다보스포럼 이후 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었다. 기업들은 분주히 혁신 조직을 새로이 신설하고 디지털혁신을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 국가와 기업들은 이미 나름의 방법으로 다가올 혁명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 독일의 ‘인더스프리 4.0′(2011), 미국의 ‘산업인터넷'(2012), 일본의 ‘로봇 신전략'(2015), 중국의 ‘제조 2025′(2015) 등이 그 예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대한민국도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력 및 R&D 생태계 확보’라는 비젼으로 2017년말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했다.

다양한 관점과 예상이 있겠지만, 앞으로 도래할 제 4차 산업혁명은 90년대 이루어졌던 정보화 토대 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융합(On/Offline Convergence)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물인터넷, 생체인터넷,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현실세계를 가상세계로 디지털화(Digitalization)하고, 디지털화된 가상세계의 정보는 3D 프린터, 소셜, 블럭체인, 가상/증강 현실, 각종 플랫폼 등의 기술이 아날로그 형태로 재가공하여 다시 현실세계로 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조산업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헬스케어 분야의 휴먼 디지털 트윈 (Human Digital Twin) 등이 앞으로 곧 만나게 될 온/오프라인 융합의 예이다.

이처럼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 전반의 변화가 촉진되는 과정에서 기업이 준비해야 할 핵심 전략이자 기술이 바로 AI이다. AI 기술 적용을 통해 기업은 빅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예측, 다양한 혁신 기술의 유연한 융합, 그리고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견고하고 세련된 온/오프라인 접목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바야흐로 기업의 미래 가치가 기업의 AI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구글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향후 10년을 AI 최우선(AI-first) 시기로 전망했다.

그동안 AI는 여러 가능성을 실험하고, 아울러 한계를 확인하면서 진화해 왔다. 지난 5월, 구글은 전화로 일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AI 어시스턴트(Assistance) 구글 듀플렉스(Duplex)를 선보였다. 듀플렉스가 실제 미용실과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과정을 음성으로만 들어 보면,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사람과 AI 부분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제 AI는 기존에 이미 잘 해 오던 계산, 분석, 요약 분야를 넘어 시각, 공간, 언어 등 영역에서도 실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조금만 눈 돌리면 전문가 수준의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는 각종 기계학습과 딥러닝 관련 오픈소스와 자료들이 넘쳐 난다. 최근에는 자동화 기계학습(Auto Muchine Learning)이라고 복잡한 코딩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전문가 수준의 모델 생성, 비교, 평가, 분석을 할 수 있는 솔루션도 출시되고 있다. 이제 적용 업무 분야에 대한 이해만 수반된다면 약간의 노력과 투자만으로도 가성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AI 시대가 된 것이다.

최고의 흥행 예감, Artificial Intelligence

제 4차 산업 혁명, 빅데이타, AI, 블럭체인 등의 단어가 낯설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의 일상은 이미 수많은 AI 와 연결되어 있다. 이럴까 저럴까 고민만 하기에는 미래는 우리 곁에 이미 깊숙이 와 버렸다.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60년 긴 세월의 풍파를 거친 AI가 다시 다가 왔다. 이제 기업은 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비하여 기업 활동 전반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재정비해야 한다.

어엿한 제다이 기사로 성장해 동료들과 함께 결국 사악한 은하 제국을 무너뜨린다는 내용의 영화가 바로 1983년에 개봉한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이다. 영화사에 가장 역대급 영화였을 뿐만 아니라, 10년 뒤 타이타닉이 나오기까지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이제 AI의 귀환(Return of the AI)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앞으로 향후 10년 간 인류 IT기술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될 AI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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